정보와소식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경과와 해결까지 머나먼 여정(1)

대구희망원대책위는 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② 민간위탁이 아닌 공적운영 ③ 탈시설과 범죄시설 폐쇄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구시와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만 끌자 지난 3월30일 대구시청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한 달이 되는 4월29일 천주교대구대교구와 합의하고, 곧이어 5월2일 대구시와 합의한 후 천막농성을 자진 해산했다. 그러다가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약속을 어기자 5월22일 천주교대구대교구 본관 농성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인권유린과 비리로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는 대형복지참사에도 8개월 이상을 질질 끈 희망원 사태. 희망원 사태의 최근 경과를 돌아보며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세 번에 걸쳐 연재한다. 희망원 사태는 해결까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고 많은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책임자 처벌은 협상대상이 아니다.
뒤늦은 ‘사표’ 공방, 무책임한 대구시와 천주교대구대교구

 

작년 10월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희망원 사건이 방영된 후 10월13일 대구시립희망원 박강수 총괄원장 신부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잘못이 밝혀지면 반드시 책임을 지겠으며 원장과 팀장급 이상 간부 23명의 사표를 제출했다”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4월말, 이 ‘사표’를 두고 대구희망원대책위와 대구시-천주교대구대교구-희망원 간의 진실공방이 갑가지 벌어졌다. 물론 사표가 수리된 사람은 이때까지 아무도 없었다. 

사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오래되었지만, 갑자기 급부상한 것은 대구희망원대책위가 3월부터 대구시와 재협의하면서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책임자와 부역자 처벌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립시설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감금당하고, 착취당한 대형 인권유린과 횡령 비리가 발생했으면, 대구시는 즉각적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와 관련자를 처벌하는 동시에 시설을 폐쇄하고 운영재단의 허가를 취소하는 등 엄한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하나마나한 부실감사로 결론 난 특별감사 카드만 작년 10월에 내놓고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오히려 물밑에서는 범죄시설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대구시는 작년 11월7일 운영재단인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시민단체와 언론 때문에 더 이상 운영이 힘들다며 반납의사를 밝힐 때에도 저자세로 수용했고 운영을 계속 맡겼다. 그러면서 대구시는 진상규명 노력을 검찰에 맡긴 채 운영재단에 대해 책임조차 묻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문제는 민간위탁기관인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소관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더 나아가 검찰에 기소된 직원에 대해 기소 즉시 파면하기로 대구희망원대책위와 구두 합의한 내용까지 재판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바꾸었다.

그런 가운데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이 사건을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기 위해 작년 10월13일 사표를 제출한 23명을 사표 수리하는 선에서 책임자 처벌문제를 해결하자고 양보했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구시는 언제인지 모르지만 사표가 폐기되었다고 하다가 작년 10월18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4명을 직무정지시키고 사표를 철회했다는 공문을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이 서류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작년 10월13일 대국민 사과를 하자마자 사표를 낸 당사자들이 일주일 만에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바로 사표를 철회한 것이 된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는 작년 11월28일 공개되었고, 대구시 감사결과는 올해 3월13일 발표되었음에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고 경악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사무처장 신부는 대구희망원대책위가 4월29일 계산성당에서 연좌농성을 하자 사표를 폐기하지 않았다며 23명의 사표를 직접 확인해줬다. 사표를 폐기했다고 희망원이 대구시에 허위보고를 한 셈이다. 문제는 사표의 효력 문제였다.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사무처장 신부와 희망원 임 모 국장은 여전히 사표는 효력이 있다며 4월29일 협상(계산성당)에서 재확인해줬다.  

작년 10월이면, 희망원과 천주교대구대교구는 전국적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을 때이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희망원 사태를 불러온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반드시 져야 한다. 이때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한 대구시 또한 무능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낭창하기 그지없음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희망원 현장을 그냥 방치한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천주교대구대교구 5월12일까지 23명 사표처리 약속 어겨...

책임자처벌 문제를 놓고 대구시와의 협상이 더 이상 진척되지 않자 대구희망원대책위는 4월29일 계산성당 연좌농성에 들어갔고, 7시간여 동안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서를 작성했다. 천주교대구대교구가 5월12일까지 사표를 제출한 23명에 대해 전원 사표수리하고 행정조치를 완료하면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에 집회 및 시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협상과정에서 조환길 대주교의 구두약속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5월12일 전으로 천주교대구대교구 직인을 찍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10일이 지난 5월22일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5월12일까지 원장신부와 국장, 구속자 등 12명을 사표 처리했으며, 나머지 11명에 대해서는 ‘업무 공백, 법적 다툼, 당사자 반발’ 등을 이유로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12명의 사표처리는 면피용에 불과했고, 핵심은 11명이었다. 왜냐하면 12명의 경우 원장 4명(신부3명 포함), 국장 4명, 구속자들로 대부분 피고인이거나 신부들이어서 어차피 수탁법인이 바뀌면 다 물러나야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천주교대구대교구가 미이행 사유로 내세운 이유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작년 10월, 대구희망원대책위가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교구 쇄신위원장인 김모신부에게 제시한 ① 진상규명 ② 원장 및 사무국장 등 간부 직무정지 ③ 재위탁 포기 선언을 하되 현 위탁기간인 2017년 12월말까지 운영 등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핑계를 되며 시간끌기와 거짓말로 시민사회단체를 기만한 바 있다.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천주교대구대교구의 4월29일 약속 위반에 대해 강한 유감과 더불어 이후 강도 높은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단체행동은 안하고 부당해고만 주장, 5월24일 9명 사표수리

남은 11명의 사직처리에 대해 천주교대구대교구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출한 사표이므로 무효이고, 면직 시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어 계속 설득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조환길 대주교까지 승낙한 가운데 작성된 4월29일 합의서가 불이행되자 조환길 대주교를 직접 만나 해결하기 위해 5월18일 천주교대구대교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5월20일 범어대성당, 예수성심시녀회 등을 찾아 밤늦도록 농성을 이어갔으며, 5월22일에는 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집단 농성에 돌입하여, 23일 새벽3시쯤 11명 중 8명에 대한 사표처리를 24일까지 받기로 재약속 받고 농성을 풀었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24일 9명의 사직처리를 완료하고 5월말까지 근무한다고 알려왔다. 이들은 천주교의 다른 복지시설이나 명예퇴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희망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팀장급 간부들의 임금 수준은 복지계에서 최고수준이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도 아닌데 지금 와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희망원을 인권유린시설로 만든 부역자들이 부당노동행위라며 버티고 있는 것도 볼 상 사나운 모습이다. 희망원은 어느 사업장보다 임금과 노동조건이 좋은 직장이었지만 인권수준은 생지옥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요구를 노동권, 생존권 차원에서 볼 수 있는지, 대구희망원대책위 내에서도 약간의 온도차가 존재했다. 그러나 사표를 거부하고 생존권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라며 버티려면 집단행동을 하는 등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나 조용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유야 어찌되었건 희망원 사태는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책임질 일이다.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이 정도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처음부터 천주교대구대교구는 대구희망원대책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역자들을 적극적으로 책임졌어야 했다. 다른 직장을 알선하든 명퇴를 시키든 더 이상 이 사건을 질질 끌지 않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어야 하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요리조리 회피 하지 말고 천주교대구대교구도 자기 손에 피 좀 무치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을 22일 새벽까지 협상하며 주문한 이유다.

천주교대구대교구 본관 농성, 공권력 투입, 부상자 다수 발생

5월22일 아침, 대구희망원대책위 소속 활동가들은 천주교대구대교구 본관 3층 집무실로 향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사건 발생 이후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원하는 대구희망원대책위의 숱한 면담요청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환길 대주교를 직접 만나기 위해 간 것이었다. 조환길 대주교 허락하에 사무처장 신부가 작성한 합의서조차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대주교 면담밖에 없었다.

교구 본관은 휠체어 장애인이 진입할 수 없었다. 본관 뒤쪽에서 조환길 대주교의 면담을 요구하며 다수의 장애인들과 대구희망원대책위 소속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계속 이어갔고, 오후들어 계속 이 상태가 지루하게 계속되자 일부 휠체어장애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본관으로 들어가려하자 교구의 시설보호요청으로 인해 공권력이 동원되면서 심한 몸싸움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골절상을 당하는 등 13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희망원 사태로 교구 본관 뒷문 입구가 아수라장이 되고 부상자가 발생한 후에야 교구는 시설보호요청을 철회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입장에서는 휠체어 장애인이 본관에 들어가는 순간 장기농성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시설보호조치였지만, 대화보다는 대구 천주교 역사상 처음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본관 농성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 상처는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3일 새벽, 마라톤 협상 끝에 11명 중 8명을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책임지겠다는 것을 합의한 것 뿐. 8명과 11명의 차이가 그토록 천주교대구대교구는 중요했을까? 실제로는 9명을 사직처리했다. 그럼, 남은 2명은? 만약, 6월1일부터 운영하는 전석복지재단이 고용을 배체하면 이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6 비정규교수통신 113호 file 대구대분회 2019.04.18 182
185 비정규교수통신 112호 file 대구대분회 2019.04.01 157
184 비정규교수통신 109호 file 대구대분회 2018.07.19 364
183 비정규교수통신 108호 file 대구대분회 2018.07.19 266
182 비정규교수통신 107호 file 대구대분회 2018.07.19 241
181 비정규교수통신 106호 file 대구대분회 2018.07.19 181
180 비정규교수통신 105호 file 대구대분회 2018.07.19 197
179 비정규교수통신 104호 file 대구대분회 2018.07.19 187
178 혁신교육감대구네트워크 소식 대구대분회 2018.03.14 361
177 제9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4/5,목 ~ 4/11,수, 오오극장) 대구대분회 2018.03.14 351
176 비정규교수통신103호 file 대구대분회 2017.08.09 636
175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경과와 해결까지 머나먼 여정(2) 대구대분회 2017.06.14 570
174 대학구조개혁 중단과 비정규교수 문제 해법 file 대구대분회 2017.06.12 563
173 비정규교수통신101호 file 대구대분회 2017.06.05 395
172 연이어 발생한 이주노동자의 죽음! 지금 당장 사업주를 구속하라! 대구대분회 2017.06.02 422
»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경과와 해결까지 머나먼 여정(1) 대구대분회 2017.05.29 559
170 87년 체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file 대구대분회 2017.05.21 389
169 비정규교수통신100호 file 대구대분회 2017.05.01 469
168 <성명>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분쇄하자! 노동악법 철폐하고 노동법 개정하자! 대구대분회 2017.05.01 669
167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 언론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대구대분회 2017.04.26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