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회활동

촛불로 승화된 고인의 뜻을
민주평등대학 건설로 이어가겠습니다
- 故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도식에 부쳐

오늘 우리는 왜 故 고현철 교수를 이렇게 추도할까요?
촛불항쟁의 정신과 고 고현철 교수의 뜻이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 고인의 뜻, ‘대학민주화와 사회민주화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봅시다.
2015년 8월 고 고현철 교수는 “무디어지지 말자”,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부산대학교 본관 위에서 투신하셨습니다. 2015년 9월 전국의 정규교수․비정규교수․연구자․교육활동가 1천 명 이상이 여의도에 모여, ‘전국교수대회’를 열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항의방문 하였습니다. 청와대에도 입장 서한을 전달하였지요. 집회용 트럭 무대가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기자가 운집하였고 곳곳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권의 언론통제 때문이었습니다. 교수․연구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11월까지 합동기자회견과 국회토론회를 수차례 열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학구조개악 정책인 ‘줄세우기식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대학구조개혁법’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학의 결정권을 쥔 이사회나 제왕적 총장이나 보직교수 대부분은 재정 운영의 어려움 운운하며 교육부의 대학통제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습니다. 민주주의보다는 제 눈앞의 돈 다발과 경영 논리가 대학사회를 지배하였습니다. 국립대에서 총장직선제가 파괴되어도, 상호약탈적 성과연봉제가 실시되어도 저항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습니다. 여러 사립대학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교권침해는 대학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로 심각하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상당수 정규교수들은 말 그대로 ‘침묵’ 하였습니다. 그러다 평생교육원 단과대학사업 문제가 2016년에 이화여대에서 터졌습니다. 경찰 수백 명이 여학생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참사가 대학에서 벌어졌습니다. 고구마줄기처럼 얽힌 고리를 들어 올려보니 밑바닥에 숨어 있던 정유라 사태마저 확인 되었습니다. 옥시사건까지 터지면서 썩을 대로 썩은 대학의 병폐와 사회 부조리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가해자들과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들을 처벌하길 원했고, 재벌결탁 등 불의한 권력을 휘두른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촛불항쟁은 ‘적폐’로 가득한 세력을 몰아내고 다른 집단이 집권하도록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였습니다.

오늘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되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요. 잠깐의 인기에 과하게 도취하지 말아야 할 시점입니다. 부단하게 올바른 정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더 짧은 기간 내에 심판받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노동자․민중은 살아있는 권력을 몇 개월 만에 무너뜨린 경험을 얼마 전부터 갖고 있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커질수록 봉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촛불항쟁의 정신과 상반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 상당수가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는 세력을 키우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허나 촛불항쟁세력 일부와 기득권세력 일부가 문재인 정부에게 가하는 비판 원리를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의 기치를 내 건 촛불항쟁입니다. 고 고현철 교수와 촛불항쟁의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건 문재인 정부에게 ‘운명’이어야 합니다. 결코 피해가서는 안 됩니다. “왜 현 정부를 믿고 지지하면서 충분히 기다려주지 않느냐”고 칭얼대기에는, ‘헬 조선’의 현실이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들에게는 너무 가혹합니다. 각성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사회민주화는 어느 정도 기획되고 있는지, 또 어디까지 달성할 수 있는지,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 불편해하고 불만을 가지기 이전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화보다 훨씬 빨리 할 수 있는 교육개혁, 대학개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다 교육혁명은 고사하고 간단한 교육개혁조차 실패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들이 이곳저곳에서 분출되고 있습니다. 목숨으로 항거한 고 고현철 교수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우리는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도식에 즈음하여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다음과 같이 올바른 대학개혁을 실시할 것을 문재인 정부와 대학사회에 촉구합니다. 이 정도의 개혁조치는 실시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정도 닦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촉구합니다.
첫째, 2018년 1월1일 시행예정인 강사법,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교육부가 야기한 대표적 교육적폐인 강사법을 즉각 폐기하고 올바른 정부책임형 비정규교수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더욱 열악해지는 교수 일반의 교권보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교육권과 함께 교원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정치․학문․사상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2주기 대학평가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전면재검토 해야 합니다.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 등 독소와 행정편의주의로 가득 찬 대학평가지표, 대학재정지원사업지표들을 폐기해야 합니다. 1주기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실시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올바른 대안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대학 민주화의 기본 틀 중 하나인 총장 직선제를 구성원들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권한을 정규교수나 이사회로 국한시키지 말고 대학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아 선출된 사람이 총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민주주의입니다.
넷째, 교수들을 무의미한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상호약탈적 성과연봉제를 즉각 폐지해야 합니다. 성과연봉제 앞에서 공공성과 민주주의는 요원합니다. 촛불항쟁을 거치면서 타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는 중단되었습니다.
다섯째, 비리사학재단을 퇴출하고 사립학교법을 올바로 개정해야 합니다. 공영형 사립대학 요건을 하루빨리 정비하여 대학의 공공성을 높여야 합니다.
여섯째, 대학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평등대학 건설을 대학사회에 촉구합니다. 앞으로 더욱 구체적인 민주평등대학의 상을 함께 구현해 나갑시다.
첫째, 민주주의는 아래로부터의 권력 행사, 권력 분점, 현장 권력 보장을 바탕으로 합니다. 대학운영체제를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총장선출권을 비롯한 각종 자원배분권 등 중요 의사결정권을 관련자들이 적절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합시다. 특히, 총장선출권은 학생, 대학원생, 직접/간접고용노동자, 정규/비정규교수․직원들, 그리고 대학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검증된 일부 외부 인사들이 적절하게 보유할 수 있도록 합시다. ‘공유(共有)의 원칙’ 없이는 민주주의라 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약자와 피해자들의 입장에 서서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리’로 대학현장 내 불평등을 해소해 나갑시다. 승자독식과 차별구조를 혁파합시다.
셋째, ‘협력과 공존’의 교육․학문공동체 건설을 위해 학생, 대학원생, 직접/간접고용노동자, 정규/비정규교수․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대학평의원회를 운영합시다.
마지막으로 민주평등대학의 기초가 되는 대학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2주기대학평가중단, 강사법 폐기와 정부책임형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실시, 고등교육재정확충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총장직선제 회복, 대학평의원회 법제화, 비리사학재단 퇴출과 사립학교법 개정, 대학 자율성 확대를 위해 함께 공동투쟁 합시다.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날 것입니다.
지난 2년 동안 과연 얼마나 대학민주화와 사회민주화에 스스로 매진해 왔는지 반성해 봅니다. 기자회견, 전국교수대회, 토론회, 대학구조개악저지 집회, 단상점거, 공청회, 협의회 활동, 임단투, 경북대총장임명촉구투쟁, 전국 순회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농성, 민주당사 점거농성, 민중총궐기, 파업, 촛불항쟁, 박근혜 퇴진과 민주평등국가시스템 구성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 결성과 활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옆 농성 등 수없이 많은 일을 해 왔습니다. 그 중 전국교수대회와 경북대총장임명촉구투쟁 및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 결성은 고 고현철 교수의 행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 미완입니다. 박근혜정권에 비해 과연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우리의 투쟁이 부족했던 것이라 봅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넘어 남겨진 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기 위해 우리는 8월 하순부터 다시 직접 투쟁의 길에 나설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잊지 않듯, 고 고현철 교수의 숭고한 뜻 또한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고 고현철 교수가 목숨으로 지키려했던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떠올리며, 더 나은 대학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열망을 담아 고인을 추도합니다. “무디어지지 말자”고 결의합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고인의 유지를 가슴에 아로새기며, 고 고현철 교수의 뜻과 촛불정신을 계승한 대학개혁체제, 민주평등대학 건설의 한 길을 걸을 것입니다.
해방을 꿈꾸는 모든 비정규교수들에게 ‘사상의 종점은 실천’입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실천하겠습니다. 함께 합시다.

2017년 8월17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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