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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비정규직보다 열악한 대학 시간강사

    

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보가 활발한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공공 부문부터 시작하되 민간 부문은 우선 자율에 맡기고 대신 불이행 시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부응해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은 이미 불꽃이 붙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인천공항공사는 전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고, 한국공항공사도 정부 기조에 맞춰 비정규직 41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금융권을 중심으로 민간 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산업계와 노동계에서 엇갈린 반응이 있지만, 당분간 정책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논의에서 이번에도 역시 사회적 조명을 받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대학 교육의 3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들이다.

시간강사들의 여건은 한국의 어떤 비정규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시간강사들은 방학 동안은 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방학 중에 추가 강의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기본적으로 8개월 소득으로 12개월을 살아야 한다. 시간당 강사료 역시 5만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시간당 2만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 달에 3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최저 주당 60시간 이상 강의를 해야 하지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시간강사들에게 배정되는 평균 주당 강의시간은 5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시간강사를 위한 개인연구실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일부 대학에선 아예 추첨을 통해 운 좋은 시간강사에게 공동연구실을 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시간강사 100명당 연구실 1개 정도를 배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개별 대학에서 한 명의 시간강사에게 9학점 이상의 강의를 주지 않기 때문에 전업 시간강사들은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인 여건 때문에 시간강사들은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만 한다. 심지어 수업이 끝난 이후에 학생들의 질문을 여유 있게 받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장 다른 학교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특정 대학에서는 정규 교직원들과 달리 시간강사들은 아예 통근버스에 탑승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이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매 학기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시간강사들은 대학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다음 학기에도 강의 배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는 학교 측에 강의 개설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정규 교수들과 달리 강의 준비를 위해서 필요한 자료를 구입할 수 있는 예산 신청권도 없다.

일부 국공립대학 시간강사가 산재·고용 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간강사들은 4대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자체가 없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해고 통지도 없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최근 10년간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다양한 법적 노력이 있었다. 올해에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시간강사라는 명칭 대신 강사라는 명칭과 교원의 지위도 부여했다. 하지만 새로운 법들이 시행될 때마다 시간강사들의 평균 강의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이들의 경제적 여건은 근본적 변화가 없었다.

이달에 발표된 아시아 지역 혁신대학 순위에서 KAIST, 서울대, 포스텍, 성균관대가 모두 5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하는 이들 대학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진정한 혁신 한국을 외치려면 지난 30년간 지속돼온 시간강사 문제를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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