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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빈곤화·양극화의 비전임교수들…"시간강사법은 답 아냐"

입력 : 2017-06-24 14:19:47      수정 : 2017-06-24 14:19:47

 

“학생들을 계속 가르치고 싶었는데 가족을 생각하니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까지 2개의 사립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7년간 근무했던 A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교단을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회계학 관련 과목을 가르쳤던 A씨는 각 학교에서 6학점(6시간)에 해당하는 강의를 맡았었다. A씨가 당시 강사로 근무하며 벌어들인 월수입은 210만 원 정도. 그는 “그나마 내가 강의했던 대학들은 시급이 괜찮은 편인 것”이라며 “언제 전임교수가 될지 막연한 상황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고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강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에 취업했다”고 털어놨다.

한국 대학교수사회의 양극화·차별 등을 몸소 체험한 시간강사들은 비전임교수에 대한 근본적인 처우 개선과 고용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 내에서 열악한 처우와 고용의 불안을 안고 교단에 서고 있다며 한숨 쉰다. 

 


◆열악한 처우·불안한 고용…대학 측 ‘입학생 점차 줄고 비용 문제 커’ 

2016년 교육부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전임교수는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시간강사가 약 7만5000여명이고, 겸임교수는 1만7000여명, 기타 비전임교원은 2만여명이다.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6월 대학정보’ 공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1학기 시간강사 평균 강의료는 시간당 5만5000원(전임강사 8만3000원, 비전업강사 3만3000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국·공립대의 경우 7만1000원, 사립대는 5만원이었다.      

개별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강의시수·시급 등이 천차만별이기에 평균연봉을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전임교원 책임시수인 9학점을 강의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립대 전업강사 약 2241만원 △국립대 비전업강사 약 891만원 △사립대 전업강사 약 135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즉 시간강사 중 월 1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저임금 못지않게 비전임교수들이 걱정하는 것은 ‘고용불안’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현재 대학 측이 별도의 채용절차 없이 겸임교원·시간강사·초빙교원 등을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비전임교수들 중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나타났고, 일각에서는 학교 측에서 제대로 된 통지 없이 시간강사를 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한다.  

A씨는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퇴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1년을 채우지 않고 시간강사들을 자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결국 시간강사들의 밥줄이 대학에 달려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전임교수들 대비 비전임교수들의 열악한 처우를 인정하면서도 급작스런 정규직화나 처우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대학 입학생수는 점차 줄어드는 마당에 정규직 교수 증원은 대학에게 무리다”라며 “특히 비전임교수들의 고용 환경 개선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대학에게 전가시킨다면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등록금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원 채용에 드는 비용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한국비정규노동조합원들이 시간강사법 폐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2013년부터 시행 유예된 ‘시간강사법’…정작 시간강사들은 반대  

2013년 정부는 비전임교수들의 채용을 보장하고 열악한 처우 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시간강사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부작용 문제 등으로 두 차례 시행이 연기됐고 2018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상태다. 

시간강사를 위한 제도지만 정작 시간강사들은 해당 법안의 ‘풍선효과’ 우려를 제기하며 폐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대학 측에서는 학기 단위가 아닌 1년 이상 시간강사를 임용해야 하고 시간강사 본인 의사에 반하는 휴직·면직·권고사직 등이 제한되는 등의 규정이 생긴다.

겉보기에는 시간강사들의 고용보장, 교원으로 지위 향상 등의 순기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정규노조 측은 도리어 이 법안이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시간강사법이 국회 통과됐던 2011년 이후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강의 비율은 35.9%에서 2013년 24.5%로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일부 대학에서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전임교수들에게 강사들의 강의를 맡게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려 한 것이다.  

비정규교수노조의 임순광 위원장은 “시간강사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시간강사법은 강사들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 등 적극적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질 나쁜 일자리의 개선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참한 비전임교수들의 현실에 주목해 적절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현·안승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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