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노독에 찌든 먹거리
산지에서 식탁까지 먼거리 이동
먹거리는 방부제에 찌들고
유통업자들만 배불려
지역농산물 직거래가 대안


  

» 로컬 푸드
브라이언 핼웨일 지음. 김종덕·허남혁·구준모 옮김. 시울 펴냄. 1만2000원

  

우리나라 인구의 90%는 시나브로 도시에 산다. 그런고로 ‘농업’ 하면 웬만해선 언론의 관심 밖이다. 책이름에 ‘농’자만 들어가도 독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낮다고 한다. ‘농업은 위기다’라는 농민들의 절망적인 외침은 허공을 떠돈 지 오래다. 설사 온정주의적 시선을 보내더라도 ‘농업문제를 어찌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서면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농업’이 아니라 ‘먹거리’로 접근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농촌과 도시의 이분법적 경계는 지워지고 안전먹거리 생산은 ‘우리의 문제’가 된다. <로컬푸드>(원제 Eat Here)는 농민 5%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도시민 90%를 위한 책이다. 소비자의 눈으로 나쁜 먹거리를 감별해내고 좋은 먹거리를 얻기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어쩜 이 책에서 꼬여있는 농업문제를 풀 실마리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가던 길을 중단하고 거꾸로 돌아와야 한다. 규모화의 길, 수출농업의 길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길, 가족농의 길로 말이다.

로컬푸드란 무엇인가? 1차적으로 장거리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말한다. 단지 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직거래가 이뤄져야만 이익이 소농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러기에 농산물 유통의 ‘작은 혁명’을 내포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또한 저장을 거치지 않은 신선도와 영양이 풍부한 제철 먹거리를 일컫기도 하는데 이는 수확의 편의성에 따라 유전적으로 조작된 씨앗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미국 <월드워치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먹거리 생산방식의 사회적, 생태적 결과를 주목해온 저자는 ‘지구를 뛰어다니는 먹거리’가 우리 몸과 환경에 왜 나쁜지를 들여다보며 지역농업 시스템의 희망을 지핀다.

  

» 열대과일인 바나나는 대륙을 건너다니는 대표적 과일이다. 수천㎞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덜익은 과일을 따서 최종 판매지 근처에 있는 가스시설에서 에틸렌 가스로 인공으로 익힌다. <한겨레> 자료사진

  

노독에 찌든 먹거리=영국인의 평범한 식단의 식재료들은 무척 ‘고단하다’. 이동거리를 보면 캘리포니아산 딸기 8772㎞, 과테말라산 브로콜리 8780㎞, 뉴질랜드산 블루베리 1만8835㎞,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 2만1462㎞, 타이산 강낭콩 9532㎞…. 산 넘고 물 건너 오느라 낭비한 화석연료 외에도 지구온난화 주범인 탄소를 지역농산물을 이용했을 때의 수백 배나 배출한다. 시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예컨대, 토마토는 무르게 하는 특정한 유전자의 작용을 막고 아예 덜익은 채로 따 최종 판매처 근처 가스시설에 넣고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숙성시킨다. 기계수확과 인공숙성에 잘 견디는 이 토마토는 3층에서 떨어뜨려도 튀어오른다! 코팅기술에 힘입어 3년간이나 신선도를 유지하는 샐러드, 산소를 빼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저장하는 사과, 질소가스를 주입해 갈변을 막는 채소류에 대한 안전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가까운 곳에서 나는 제철 먹거리를 먹는다면 전혀 불필요한 공정인 것. 생태경제학자 허먼 델리는 “미국은 덴마크 설탕 쿠키를 수입하고 덴마크는 미국 설탕 쿠키를 수입한다. 제조법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인데 말이다”라고 먹거리 맞바꾸기의 비효율적인 행태를 꼬집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시카고 한 도매시장 통계를 보면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이동거리가 농산물 ㎏당 2400㎞에 이른다. 익명의 먹거리 공급망은 지역농업을 황폐화시키고 작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규모화하지 못한 농지는 아스팔트로 덮이고 재배작물도 멀리 떨어진 시장에 공급하고자 한두 가지 작물로 특화한다. 자연히 해충 저항성은 약해지고 지역민들은 먹거리를 외부에 의존하게 된다. 지역빵집, 식료품점, 정육점, 우유가게, 농민장터 등에서 이뤄지던 일들은 월마트로 흡수돼 지역경제가 무너진다. 미네소타 남동부의 농업경제에 대한 최근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지역 농민들은 2001년 9억9600만 달러의 농산물을 판매했지만 생산비는 11억1800만달러가 들었다. 지역주민들은 게다가 먹거리 구매에 6억7천만 달러 이상이나 썼다. 그 돈은 모두 외부로 빠져나갔다. 누가 이윤을 남겼겠는가. 먹거리 수익은 생산자에게서 멀어지고 가공·운송·중개업자의 몫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자가 먹거리에 1달러 지출할 때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1910년에는 40센트가 넘었으나 1997년에는 7센트 정도로 급감했다. 결국 수출지향적 농업의 수혜자는 가공 포장 마케팅에 나서는 거대 기업들이란 것이다. 세계 종자시장의 3분의 1을 10개 기업이, 곡물시장의 75%를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와 카길이 지배하며 생산방식에까지 독점적 권한을 행사한다.

로컬푸드를 실천하는 사람들=5장에서 9장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슬로푸드 운동과 직거래 장터 등 세계식량체계의 동력을 바꾸려는 ‘작은’ 노력들을 소개한다. 부록에 한국 사례들을 첨가했다. 로컬푸드의 첫걸음인 학교급식 우리농산물 조례 제정 운동에서부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았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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