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비정규교수의 생존, 국가인권위도 인정한 것을 우리가 인정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 김민남 교수(경북대 사범대)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해줄 것을 대학당국에 요구하면서, 비정규직 교수들이 꽃시계 위 쪽 빈터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그들이 무성의하기 그지없다고 평가한 단체교섭에서, 교섭하고자 했던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또 그 불성실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지만, 그러나 만약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강사료, 학교시설의 충분한 활용 정도가 그들의 요구였다면, 학교당국은 진정성을 갖고 교섭에 임해야 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설사 더한 요구를 했다 할지라도 그랬어야 했다. 최저생계비를 경우에 맞게 어떻게 산정할지,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지, 예컨대 연구실 확보와 같은 공간문제를 무슨 수로 마련할지, 등등 난감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해도, 어쨌든 학교당국이 풀어내야할 사안이지 내몰라라 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 비정규직 교수가 전국에 약 6만 명, 그중 반이 넘는 3만5천 명이 강사료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계를 꾸린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현재 850여 명의 비정규직 교수에게 강의를 맡기고 있다.

정규직 우리는 비정규직 그들을 대학교육(연구)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서 대우하고 있는가, 그들로 하여금 학문적(교육적) 역량을 높이고 그 역량이 그들의 자부심이 되게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가, 그들이 가족의 일원이고 혹은 가족을 책임지고 있다는 무거운 사실에 연민하고 있는가. 그들과 우리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정규직 교수이고 그들은 비정규직 교수라는 단지 제도상의 차이인데, 그 차이가 경제적 사회적 차별을 이렇게 심대하게 할 이유가 될까. 엄격히 따져서 계약상의 차이 이외에 어떤 차이가 더 있을까. 우리도 한때는 비정규직이었고, 그들은 지금 비정규직이다. 우리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옮겨오는 동안 심한 좌절을 겪었고, 그들은 지금 그것을 겪고 있다.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차별을 줄이는 일은 지금 정규직 우리만이 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해야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단위 대학에서 나서야 하고 그 단위대학의 교수가 앞장서야 한다. 이 사안만은 반드시 그러하다.

비정규직 교수 그들로 하여금 심리적 사회적 안정감을 갖게 하자. 그 안정감이야말로 그들의 교육역량(연구역량)을 키우는 절대적 기반이다. 그 역량을 경북대학이 활용하자. 그들이 역량을 얼마나 성실하게 키우는지를 평가하자. 이것을 경북대 교육의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자.

첫째, 계약관계를 형성하자. 계약내용은 정규직과 다르겠지만, 우선 ‘일정’ 수의 비정규직 교수에 대해, ‘일정’ 기간, ‘일정’ 임금, ‘일정’ 임무가 명시된 계약을 맺고, 그리고 연차적으로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에 맞게 계약 내용을 확장해가자. ‘경북대학의 재정 지출이 교육(연구)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원칙(사회적 약속)을 지킨다면, 다른데서 돈 끌어오지 않아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진전된 경북대 교육(연구)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연구’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갖가지 재정지출에 대해, 당국도 교수도 직원도 학생회도 고백하는 자세가 될 필요가 있다(이 부분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학내에 확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둘째, 계약 당사자는 실질적으로도 그리고 명분상으로도 「경북대학교」(학교를 대표하는 ‘위원회’라도 좋다)이어야 한다. 비정규직 교수의 임용과 관리와 평가는 공정하고 엄중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학과에 심지어 정규직 교수 개인에 맡겨져 있는 한 비정규직 교수의 교육적 역량을 결코 높일 수 없다.

셋째, 비정규직 교수에게 학교 일 및 학과 일에 책임을 갖고 참여하게 하자. 그들이 경북대 교육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한, 그들도 경대생의 선발과 졸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들이 학과회의에 참석하는 온전한 대학인의 지위를 갖고서, 학교내외의 연구용역의 책임자가 되는데 동의 못할 이유가 있을까.

큰 그림을 가지고 교섭의 테이블에 앉자.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시작이 반이 되게 하는 느낌을 가진 첫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간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그래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시간을 두고 할 수 있는 것을 가려내어 양보하고 또 기다린다. 고백하건대, 정규직 교수들은 경북대학교 안에서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덩달아 정규직 직원들도 그러하다. 다른 모든 대학이 경북대 교수회의 권위를 부러워하고 있다. 교수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에 얻은 권위가 아니라지만, 교수회가 이 일만은 때로는 중재자로 때로는 해결주체로 기꺼이 나서야 한다. 정부와 다른 대학이 따라 올 것이다. 이 문제만은 그렇게 하자.

2004-11-08 16: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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