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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에 지나지않는 박사! 반납하고 싶다.

2007.04.21 10:57

거시기 조회 수:2690 추천:130

시간강사

은미희의 단편 ‘편린, 그 무늬들’의 주인공은 대학 심리학 시간강사다. 교수 될 날을 기다리며 대학을 전전하는 그는 희망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간다. 서울 집과 두 지방대를 잇는 고속도로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타성에 젖은 강의를 한다. 학문의 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열정은 가물가물하고 아내, 아들과도 멀어지면서 무너져내리는 40대 소장학자의 모습이다.


▶교수 임용에 실패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던 서울대 시간강사가 2003년 목을 매 자살했다. “급한 것은 카드 대금 정리이고, 월말엔 대출금 이자도 정리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에도 믿고 격려해 준 가족에게 무책임한 짓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을 체호프 소설 ‘상자 속에 든 사나이’의 주인공 베리코프에 비유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불안에 빠진 그리스어 교사다.


▶4년제 대학 시간강사는 2005년 기준 3만3000여 명이다. 전임교수(7만5000여 명)의 40%가 넘는 숫자다. 이들이 대학 강의를 맡는 비율이 국·공립대는 37.1%, 사립대는 34.6%에 이른다. 일주일에 11시간을 강의하는 평균적 시간강사의 한 해 수입은 1080만원, 월평균 90만원이다. 전임강사의 4분의 1 수준이고 3인 가구 최저생계비 94만원에도 못 미친다. 의료보험·퇴직금 같은 사회보장 혜택도 거의 없고 몇몇 대학을 빼곤 방학 중 급여도 없다.


▶노동부가 그제 입법예고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령 적용대상에서 박사학위를 가진 시간강사는 빠졌다. 오는 7월부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바꿔야 하지만 ‘박사 강사’는 그렇게 법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5일 대법원은 “시간강사도 근로자이므로 대학이 산재보험료 등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시행령이 시간강사를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과 똑같이 취급한 것도 타당한 것 같지 않다.


▶시간강사의 어려움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사(私)강사(Privatdozent)의 열악한 지위를 지적했다. 역할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교수 선발에서도 능력보다 요행이 작용한다고 했다. 학문 후속세대이자 대학교육의 한 축인 시간강사의 곤경을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정부와 대학당국은 물론 전임교수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 <조선일보> 萬物相 4월 21일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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