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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來不似春!

2007.04.25 17:59

거시기 조회 수:2634 추천:117

대학 강사의 봄은 멀었다

-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

우리 대학에는 겸임 교수, 초빙 교수, 대우 교수 등 열 가지도 넘는 꼬리표를 단 비정규교수들이 ‘정규 교수’로 통하는 전임 교원과 함께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비정규교수 중 대다수는 대학강사이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으로 ‘교원(敎員)’이 아니다. 1949년에 제정된 ‘교육법’ 75조는 ‘대학 교원으로 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강사, 조교를 둔다’고 규정했지만, 10년 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선 시간강사는 물론 조교까지 대학 교원에서 빼버렸다.

이렇게 해서 2007년 4월 현재 대학강사는 ‘일용잡급직 노동자’로 분류된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시간강사는 근로자이므로 대학은 산재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주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령’ 적용대상에서 박사학위를 가진 시간강사는 빠졌다. 오는 7월부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바꿔야 하지만 대학강사의 40%나 되는 ‘박사 강사’는 이 법의 보호에서도 벗어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가 OECD에 가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대학강사들에겐 아직 ‘보릿고개’라는 말이 남아있다. 대학이 강의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학이 강사들에겐 보릿고개다. 대학강사의 월평균 강의 소득은 단신가구 표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100만원 이하이다. 이들 대부분은 부양할 가족을 거느린 30대, 40대다. 대학강사는 보통 2~3개 대학에서 주당 10시간 안팎 강의를 한다. 나도 작년 2학기 때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학 5곳에서 강의를 하느라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했다. 몇 년 전엔 다른 도시의 대학에서 야간 강의와 다음날 첫 강의를 하느라 목요일 밤마다 학교 근처 찜질방 신세까지 져야 했다. 연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야 할 필요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몸이 망가질까봐 이듬해 출강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우리 대학은 강사들에게 인색하다. 강의 준비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공간 제공이 필수적이지만 공동 연구실이나 전용 휴게실 제공은 강사 100명당 1개 수준에 불과하다. 2006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강사에 대한 학교측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52%와 40%에 불과했다. 직장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은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강의하는 강사들과 전임 교원에 대한 강의평가 결과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사회에선 아직까지도 대학 강사를 “교수가 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자리 아니냐”며 외면한다. 좀 진지한 이들은 박사인력수급 불균형을 지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강사는 연구자들의 학문 연구와 생활을 위한 직업이 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 대학강사 문제는 박사 인력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각 대학이 법으로 규정된 교원충원율을 지키지 않아 생겨난 것이다.

대학이 OECD기준의 교원 법정 인원을 확보하고 교원 지위에 걸맞은 대우를 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나마 최근 정치권이 대학강사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2006년 2월과 6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이 각각 강사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곧 내놓는다고 한다. 대학 교육의 중요한 축을 떠받치는 강사들에게 법적으로도 당당한 교원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것은 대학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하루 빨리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봄을 만끽하고 싶은 대학강사 8만여 명의 바람이 곧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조선일보> 4월 25일자 A35면 시론에 게재된 임순광선생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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