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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26일 쓰고 10월 교수노조 웹진 <대학혁명>의 61-79쪽에 걸쳐 실었던 "경북대 총장 선거 사태, 갑질 패악"을 여기 올려봅니다. 지금 상황과 연장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어서요...

대학혁명 원고

경북대 총장 선거 사태
- 경북대, 갑질 패악의 참극으로 침몰할 것인가?

임순광(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前 위원장,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前 경북대분회장)

1. 총장 직선제의 명암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장을 언제부터 어떤 이들이 직접 뽑았는지 그 역사적 연원을 여기서 따지고 싶지는 않다. 소위 ‘87체제’를 통하여 쟁취한 총장 직선제 자체의 민주주의적 의미에 대하여 폄훼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총장 직선제 20여 년 동안 대학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생각해 볼 때, 현재의 총장 직선제가 가진 한계와 맹점에 대하여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겠다며 피맺힌 항쟁을 한지 27년이 흘렀다. 그래서 우리가 직선제로 뽑은 대통령은 과연 민주적이었던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하였던가.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진다.
대학 총장은 어떠한가? 과연 총장 직선제가 더 나은 대학을 가져왔는가? 만일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 누구에게 그러하였던가?

이런 얘기를 하면 흔히 정규 교수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교육부가 어떻고, 국회가 어떻고….”
결국은 대통령과 법과 돈이 문제란다.

필자가 여러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하는 당사자들에게 직접 지적한 바 있지만,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일면 타당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변명에 불과하다. 또한 그런 인식으로는 대학혁명은 고사하고 약간의 개혁조차 불가능하다.
솔직해지자. 교육부나 국회가 별다른 압박 조치를 안 할 때 정규 교수들은 대체 무얼 했는가. 거칠게 얘기하면 동료들이 하는 일이라 침묵하고, 외면하고, 때로는 동조하면서 대학을 이렇게 몰락시켜 나간 하나의 주체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런 정규 교수들에게 기생하다시피 해서 살아온 대학 구성원들이 있다면 우리를 포함해서 그들도 동조자라는 혐의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대학을 신자유주의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면서, 저항을 막기 위해 조금씩 던져주는 떡고물에 환호하며 대학을 비정규직 차별, 교육․연구 환경 황폐화의 공간으로 만든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일부 민교협과 교수노조 구성원은 제외하더라도, 대다수의 정규 교수와 그들 권력의지의 집결체, 총장이 아니었던가. 총장 직선제를 통하여 정규 교수들은 학내 대부분의 자원을 독식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정규 교수들은 총장 직선제에 참여할 권한, 학장회의를 비롯하여 기타 주요 학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자신들에게만 계속 부여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2. 개악된 교육공무원법, 교수의 권력 독점을 법으로 보장한 조치

2005년 5월 교육공무원법이 개악(교육공무원법일부개정안이 5월4일에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핵심은 대학의 장을 “대학 구성원의 합의”가 아니라 “교원의 합의”로 뽑는다는 것이다.
2004년 11월11일, 당시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 등 27인이 발의한 교육공무원법일부개정안 원안은 총장 선거의 선관위 위탁 등에 대한 것이었으나, 국회논의과정에서 천병호 전문위원이 대학 구성원을 대학 교원으로 국한시키자는 의견을 냈고, 대체토론과 소위원회 심사에서 원안이 이렇게 변질되었다.

당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이와 같은 조치가 학원민주화에 역행한다고 보고 수정 및 재심의를 요구하였으나 국회에서 동의발언을 해 준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하여 교육공무원법이 개악되었다. 한 술 더 떠 이에 대해 저항할 경우 징역이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조항도 추가되었다. 이로써 교원이 아닌 대학 구성원들은 총장 선출권을 요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이전에 존재했던 관련 문구(대학구성원의 합의)대로라면 원리상 총장 선거권은 학생, 교직원, 비정규교수, 기타 대학의 각종 노동자 등에게 모두 부여될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대학구성원이 합의한다면 지역의 주요 시민사회단체들과 일부 대학 관련 단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수 있었다. 2005년에 법이 대학구성원의 합의가 아니라 교원의 합의로 개악되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조치는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대부분의 대학에서 목도할 수 있는 것은 교원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되고 총장 투표권이 독점되는 현실일 뿐이다.

3. 교직원과 학생에게 생색내기용 총장 선출 지분이라도 보장한 경북대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직원과 학생에게 총장 투표권은 없다. 이에 비해 경북대는 교직원과 학생에게 투표권을 미미하나마 부여해 주고는 있다. 경북대가 지닌 투쟁의 역사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중 경북대만큼 많은 노동조합(노동조합에 준하는 협의회 포함)이 존재하는(했던) 곳은 없을 것이다. 공무원노조, 대학노조, 비정규교수노조, 일반노조, 시설관리노조, 생협노조, 여성노조, 조교협의회 등등. 이중 공무원노조 경북대지부, 대학노조 경북대지부는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갖고 경북대에서 많은 활동을 해 왔다.

총학생회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총학생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총장 직선제 초창기의 경북대 총학생회는 강력한 투쟁력을 갖고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필자도 1990년 경북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직선 총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토론회에 가 보았기 때문에 당시의 열기를 알고 있다. 당시 총학생회 학술국장이 총장 후보자 토론회의 사회를 보았고 1천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가득 메웠다.
덕분에 이들은 경북대 총장 선거에서 미약하나마 일정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조직력을 기본으로 여러 투쟁을 하여 지분 약속을 이미 오래전에 미리 받아냈기에 이번 경북대 총장 선거에도 투표권을 일부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들의 투표권 지분을 다 합쳐 봐도 15%가 채 안 되는 수준(교수에게는 1표, 교직원과 학생은 각각 10분의 1표와 50분의 1표로 득표를 반영하는 시스템)에 머무른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이들 노조와 학생회는 지난 2014년 3월 경북대 총장 선거 관련 규정(안)을 교수회가 마련할 때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였으나 결과적으로 별다른 소득을 얻진 못하였다. 수 백 명의 조합원과 함께 10년 이상 활동한 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도 아직 투표권을 단 한 표도 갖지 못하고 있고, 식당이나 기숙사나 어학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들 역시 총장 선거 관련 권한은 전혀 없다.

4. 정규 교수 그들만의 리그와 왕의 등장 그리고 민주주의 파괴

2010년 상반기에 경북대 총장으로 함인석 교수가 선출되었다. 6명의 후보가 경쟁하였지만, ‘의료지원과 산학협력을 통한 발전기금 2천 억 원 확보’와 ‘국립대 법인화는 불가피하지만 구성원 합의와 준비 없는 현 방식의 국립대 법인화는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 걸었던 함인석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총 유효투표수 1,104표 중 529.33표(득표율 47.95%)를 획득하였다. 2위는 김동현 교수로 251.64표(득표율 22.79%)에 그쳤다. 6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함 후보가 얻은 표는 나머지 5명의 후보 표를 합친 것과 비슷하였다. 함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675.18표를 얻어 1위(득표율 61.89%)를 차지하였고 총장으로 당선되었다.

정규 교수 그들만의 리그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함인석 총장은 보직 교수의 수를 늘렸다. 부총장도 2명으로 하고 처장도 더 두었다. 2010년 가을에 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와의 교섭에 나섰던 학교 측 주요 보직자들은 경영학과 교수들이었다. 이들은 총장을 ‘owner’라 칭하고 노동조합의 요구는 ‘인사경영권 침해’라고 하면서 오너가 원치 않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하였다. 국립대를 개인의 사적 소유물로 간주하고 그가 제왕적으로 대학에서 인사권과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보는 이런 사고방식은 이후 민주주의와 충돌되는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대학 구성원들의 총의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제왕적 총장과 지엽적 자기 이해관계에 매몰된 일부 정규 교수들에 의한 대학 민주주의 파괴 사례로 4가지 사건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사건은 총장 취임 후 1년이 되지 않아 터졌다. 2010년 가을에 취임한 함인석 총장이 2011년 초에 담화문을 발표하고 경북대 법인화 시도를 선언한 것이다. 총장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법인화를 꼭 해야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맞서 당시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던 비정규교수노조는 <교육혁명공동행동>과 같이 경북대에서 ‘교육혁명BOOK콘서트’를 개최하였다. 경북대 국제회의실에서 200여 명의 학생과 지역 및 대학의 노조원들이 모여 국립대 법인화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교육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대학 재편 논의를 장장 5시간에 걸쳐 전개하던 중, 경북대 법인화를 막기 위해 학생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던 학생 상당수가 이 콘서트에 결합하였고 이후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경북대 학생들은 얼마뒤 학생 직접 투표를 조직하였는데 이에 위협을 느낀 대학 본부는 학생 투표 전날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어, ‘법인화가 되어도 몇 년 동안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감언이설을 흘린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학생들은 이런 유혹(?)에 굴하지 않고 단 하루만에 1만 명 이상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여 학교 당국의 법인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80%이상이 반대!)한다.

필자는 개표 당일 저녁 학교 근처의 지하 호프에서 이 투쟁을 지휘한 학생 지도부들과 맥주를 마시며 잠시나마 승리의 기쁨에 흠뻑 취하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학생들의 투쟁으로 전남대 및 부산대와 블록을 형성하여 법인화를 시도하려던 함인석 총장의 시도가 물거품이 되는 결정적 전기가 마련되었다. 며칠 뒤 경북대 교수회도 찬반투표를 하였고 법인화에 반대하는 결과를 공표하였지만, 삭발 투쟁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경북대 학생들의 강력한 법인화 반대 투쟁이 경북대 법인화 저지, 나아가 전국 국립대 법인화 저지의 결정적 계기였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두 번째 사건은 총장 직선제 폐지였다. 사실 많은 이들이 교육부의 대학평가지표를 총장 직선제 폐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1년에 30억 원 내외의 지원이 덜 된다고 해서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가치를 이토록 쉽게 저버린다면, 그것도 급여를 충분히 받고 신분 보장까지 누리면서 재단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국립대 정규 교수들이 이런 결정을 해 버린다면 앞으로 지성인으로서의 귀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물론 경북대 정규 교수들은 대부분의 국립대와 달리 2년 정도 나름대로 약간의 저항을 하긴 했다. 하지만 결국 기대를 저버리고 총장 직선제 대신 ‘로또식 총장 간선제(투표권을 부여받은 사람이 불참하면 그 다음 순번에게 기회가 부여됨으로써 정확히 누가 투표자가 될지 확정되지 않은 선거방식)’를 채택하였다. 만일, 이런 총장 간선제가 직선제보다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변하는 사람이 있다면 필자는 그 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러면 지난 수십 년 간 총장 직선제 확대와 사수를 외친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한 것일까요? 우리는 다시 국민의 대표를 체육관에서 뽑아야만 하는 걸까요?”

세 번째 사건은 이명박씨에게 ‘안정적 국가경영을 하였다’는 이유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 수여를 시도했던 일(2014년 6월에 발견되어 충돌이 일어난 뒤 7월초에 무산됨으로써 일단락)이다. 필자는 ‘이명박 명박-명예박사-수여 저지 투쟁’을 기획하고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건에 대해서 참으로 할 말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필요하다면 별도의 글을 쓸 생각이다. 여기서는 결과만 알려드리겠다. 총학생회, 민주동문회, 비정규교수노조, 민교협, 교수회, 민주노총, 지역의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서 압박을 가한 결과 ‘대학 당국이 아니라 이명박 측에서 수여를 거절’하는 것으로 이 헤프닝은 끝났다.

네 번째 사건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함인석 총장이 2014년 경북대 총장 후보자 선거 관리 사고 발생 이후 취한 비민주적 행태이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2014년 3월에 총장선출규정안을 마련하고 교수 총투표를 통하여 이를 확정(투표율 66.66%, 찬성 87.34%)지었다. 하지만 함인석 총장은 학장 회의를 통해 이 규정을 수정하려 하였고 교수회 성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항의방문이 이루어졌다. 실갱이를 벌인 끝에 합의를 하여 교수회가 제정한 규정안이 원안대로 공포․시행되었다.

직선제가 폐지된 후 처음 간선제로 치루어진 경북대 총장 후보자 선출 과정은 치열했다. 후보도 8명이나 되었다. 투표를 진행한 경북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교내위원 36명(교수 31명, 직원 4명, 학생 1명)과 외부위원 11명 등 총 47명으로 구성되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두 차례 진행된 마지막 3차 투표에서 김동현 교수는 1회차 투표에서 17표를 얻어 1위(김사열 교수 16표로 2위, 김형기 교수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2위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에서는 김사열 교수가 25표, 김동현 교수가 22표를 얻었다. 총추위는 선거 직후 김사열 생명과학부 교수가 1순위, 김동현 화학공학과 교수가 2순위로 제18대 경북대 총장 후보자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선거 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단과대학별로 배정된 교수 투표인 수와 실제 투표 참여자 수를 비교하여 엄밀하게 관리했어야 하는데 한 단과대학에서 배정된 인원보다 교수 1명이 더 투표한 심각한 실무적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여러 후보들이 즉각 직·간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경북대 선관위는 처음에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 하였다. 1위를 차지한 후보 진영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골든타임’은 흘러갔다.

그러자, 대학 본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부는 1, 2위 후보자 서류를 교육부에 제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8월 1일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고하였다. 개정 사유는 ‘규정 위반 및 불공정성 때문’이라고 명시되었다. 총장임용후보자의 재선정을 위하여, 총장이 기존의 관리위원회를 해체하고 본관 주도의 새로운 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교수회가 아니라 본관 주도로 총장임용후보자의 선정과정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면서 “총장은 연임할 수 없다”는 기존 규정안을 삭제하고, “총장이 총장후보지원자로 등록하는 경우 그 직을 사임하지 아니하며, 부총장이 직무대행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삽입하였다. 뜬금없이 함인석 총장이 재선에 도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집어넣은 것이다.

이러한 대학본부의 움직임은 교수사회의 자율성을 침해할뿐더러 2014년 3월 통과되어 6월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 적용된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었다. 결국 본부의 일방적 개정안은 반발을 불러왔고 곧바로 시행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함인석 총장은 보직교수들의 사표를 받고 대학인사위원회를 열어 자신이 원하는 교무처장을 임명하려 하였다. 하지만 학장들 상당수가 반발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함인석 총장은 자신의 퇴임식을 하는 8월 29일에도 징계위원회를 열어 교수회 의장 등 여러 명을 징계하려고 했으나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진 않았다. 그는 임기 마지막 날에도 총장으로서의 마지막 권한을 행사하였다. 끝내 교무처장을 임명한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선장이 탈출하듯 경북대 구성원들의 발목을 묶어 놓고 홀로 떠나갔다. 이를 보며 ‘갑질 패악’이란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 건 필자의 정신세계가 이상하기 때문일까. 이게 경북대의 민낯이다.

5. 책임지지 않는 권한의 남용

경북대 총장 선거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규 교수들끼리 선거관련 규정을 만들었고, 본인들이 투표권 배분 기준도 만들었으며, 그 규정을 자기들끼리 교수 총투표해서 확정하고, 그 규정에 따라 2/3 이상의 투표권 지분을 정규 교수가 독식하여 투표하면서(학생에게는 달랑 1표, 교직원에게는 겨우 4표를 주면서 외부위원에게는 11표나 줬는데 누구에게 왜 그만큼이나 줬는지, 정규 교수의 지분은 왜 줄이지 않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들이 선거관리하다가 간단한 투표자 관리조차 못해서 대형사고 쳐놓고, 자기들끼리 이해관계가 대립되니까 아직 분란 중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문제를 확대재생산 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떤 정규 교수는 현 사태에 대해 ‘우리 모두 탓이오, 우리 모두 반성하고 힘을 합쳐 화합합시다’라는 내용의 글을 쓰고, 철없는 어떤 학생은 그게 깊이 공감이 간다며 옮겨 놓기도 한다. 권한은 독점적으로 행사하되 책임은 분산시키는 이런 행태는 민주적이라 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어떤 교직원은 다음과 같이 일갈하였다.

“현 사태와 행정 직원은 전혀 관련이 없네요! 반성할 건더기가 없네요! 행정 행위는 행정 직원의 고유 업무이나 경북대학교는 교수회에서 행정을 주도적으로 하였습니다. 교수는 교권, 학생은 학습권, 행정직원은 행정권이 대학의 3권 분립입니다! 그러나 행정라인을 벗어나 교수회에서 처리하다 실수한 사건입니다. 책임소재는 분명한 것이 좋을 듯합니다.”

어떤 정규 교수는 자신이 신임 보직 교수로 거론되었는데 자신에 대해 다른 정규 교수가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을 하였기에 고소장을 대구지방검찰청에 정식 제출하였다는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고소인과 피고소인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는 좀 더 경과를 봐야 알겠지만 총장 후보자 선거 관리가 잘못되면서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해 진 것은 분명하다.

이쯤에서 ‘심각한 총장 선거 관리 실수’에 가려져서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 선거 관리 실수는 ‘규정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규정에 의해 발생한 문제가 아닌데 규정을 바꾸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관리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 실수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규정상 문제가 없이 선거가 진행되었다면 애초 규정대로 1, 2위 후보자를 교육부에 보고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2위 후보자가 조서에 필요한 자료를 내지 않으면 3위를 올리면 된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료를 내지 않은 2위 후보자와 대학 본부는 앞으로 이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셋째, 규정에 따라 치루어진 이번 선거가 무효라는 어떤 공식적 근거도 없는데, 마치 규정이 문제인양 다른 규정을 만들어 이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북대 정규 교수들은 이런 선택을 하였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해 교수들만 총투표하여 압도적으로 가결(9월17일부터 19일까지 투표하여 투표율 67.3%, 찬성률 82.6%)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대학 구성원은 왜 이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지, 무슨 대단한 규정 변경을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3월의 원안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특히 기존에 투표권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배제되어 있는) 규정 개정을 왜 자기들끼리 무리해서 했는지 이해당사자도 아니고 투표권도 없는 필자로서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대학 총장선거와 민주주의는 여전히 정규 교수의 쪽수로 결정될 뿐인가?

6. 경북대 총장 선거 사태, 탈출구는 없는가?

필자는 앞의 4.에서 ‘골든타임’을 언급하였다.
바로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납득할만한 해법이 있었다는 얘기다.

기자들로부터 사태를 전해듣자마자 필자가 생각했던 가장 좋은 해법은 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주요 득표자들이(적어도 3위 정도까지) 1위에 대해 지지선언을 하고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1표가 문제가 되었는데 그걸 가져가도 결과가 뒤집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법적 분쟁을 해 봐야 사태가 장기화되고 더욱 골병들어 간 여러 대학의 사례를 떠올려본다면 주요 득표자들이 대승적 결단을 즉각적으로 해 주는 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겠나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의 이런 생각이 공상적이며 정규 교수 간 경쟁의 현실이 쓸데없이 냉혹하다는 점을 깨닫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해법은 1위 후보자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필자는 규정상 문제가 없으나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같은 규정에 따라 재선거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보았다. 수 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도 아니고, 투표자를 미리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최대 47명의 투표 결과로 1, 2위가 결정되는 이번 최초 간선제에서 단 1명이라 할지라도 투표자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이 정도 양보는 대승적 차원에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공은 1위 후보자에게 넘어 왔다. 오직 1위 후보자만이 결단 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1위 후보자도 그런 결정을 하진 않았다. 물론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을 것이다. 국립대 총장이 될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을테니까.

선관위와 1위 후보자가 골든타임을 놓치자 다른 후보자들과 대학 본부는 즉각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도권을 가져가 버렸다. 함인석 총장의 평소 모습을 감안하였더라면, 즉 대학 본부가 이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가져갈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더라면 대승적 결단을 빨리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하지만 이 역시 되지 않았다. 골든타임은 그렇게 지나갔다.

후보자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선관위가 해야 하는데 선관위는 재선거를 하지 않고 원래 규정대로 1위와 2위를 교육부에 보고하는 조치를 하려 했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이 행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학 본부는 왜 그랬을까.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그 분 때문이니까. 시간이 흐르자 선거를 총 관장했던 교수회 의장도 떠나고 총장도 퇴임하였다. 1위 후보자는 9월12일에 ‘규정을 개정하면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학교 게시판에 입장 표명을 하였다. 그러자 부의장이 남은 교수회와 부총장이 남은 대학 본부가 나머지 후보자들을 위한 규정 개정안을 만들고 교수 총투표(9월17일부터 19일까지 실시)를 통해 신속하게 가결 처리하였다. 이는 사실상 1위 후보자를 압박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다수의 폭력이라고도 간주할 수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본다면, 무효가 아닌 선거에서 1위를 했는데 그 행정적 조치는 하지 않고, 규정을 바꾸면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표했는 데 필요하지도 않은 규정 변경 투표를 보란 듯이 하는 이런 처사는 전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원칙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1위 후보자는 2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시급하게 결정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다른 후보자들은 규정 개정이 되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권한을 스스로 버리거나 빼앗겨버렸다.

1위 후보자는 어차피 썩은 대학에서 원리원칙도 관철시키지 못하는 정규 교수들의 잔치에 오물을 던지며 함께 행정 소송의 미궁으로 뛰어들 수 있다. 9월 중순의 규정 개정을 정면으로 거부한다고 선언하고, 9월19일에 가결된 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를 경우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법적 조치를 다 동원하여 한바탕 싸움을 하는 것이다. ‘분개하라’를 외치며 법체계 속에서 분쟁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를 ‘성전(聖戰)’이라 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럴 경우 결론이 어떻게 날지 장담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북대가 지금보다 더 쇠퇴하고 상처투성이로 남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1위 후보자가 법적 분쟁에서 패할 경우 그 뒷감당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그 가능성이 더 높긴 하지만 만일 1위 후보자가 최종 승리한다 하여도, 이후 원활한 대학 운영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선택을 할 경우 1위 후보자의 승패에 관계없이 그 법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학은 큰 행정 공백으로 말미암아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다른 해법은 1위 후보자가 대학을 위해 ‘바보를 자처’하는 것이다.
자신이 9월12일 발표한 글에서 ‘규정을 바꿀 경우 불출마 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이번에 새로 바뀐 규정으로 재출마하는 것이다. 말을 바꾸었다는 비난은 정규 교수 투표자 80% 이상이 결정한 총의를 따르겠다는 대의명분으로 상쇄될 수도 있다. 원리원칙을 법체계 속에만 가두지 않고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 뜻이 분명하다면, 자신을 버리고 더 큰 뜻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1위 후보자에 대한 정규 교수 투표자 절대다수의 압박에는 현 사태를 빨리 일단락 짓고 대학의 자정 능력을 보여주자는 취지도 분명 들어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선택을 할 경우 후보자는 마음을 더욱 비워야 할지도 모른다.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규정이 1인 1표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조직력을 강력하게 갖고 있지 못하다면 이전보다 훨씬 불리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바보 같은 결정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있게 남을 것이다.

7. 정규 교수 중심을 넘어서는 대학혁명의 필요성

현 경북대 총장 선거 사태를 발생시키고 꼬이게 한 건 정규 교수들이다. 이들이 20여 년간 총장 직선제를 하면서 경북대를 더 대학답게 운영했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노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그렇다. 더 많은 건물이 공간 평등권을 부여하진 않았다. 더 높은 등록금이 생활임금이나 더 나은 교육·학문 여건을 보장해 주진 않았다. 더 복잡해진 조직이 소통을 강화해 주지도 못했다. 정규 교수들이 찬 완장의 수는 늘어나고 명함은 많아져도, 교직원과 학생의 권한은 확대되지 못하였다. 하물며 비정규교원이나 비정규교직원이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는 말해 무엇하랴.

많은 경우 대학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장본인은 국가와 자본이지만 일부 정규 교수들과 그들이 뽑은 총장도 그 못지않은 갑질 패악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북대 총장 후보자 선출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번 사태는 국가와 자본이 조장한 게 아니다. 정규 교수들의 욕망과 그들이 잘못 뽑은 총장 때문에 발생한 참극이다. 정규 교수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함인석 총장은 법인화 시도, 총장 직선제 폐지, 비민주인사에게 명예박사학위 수여 시도, 불합리한 총장 선거 개입 등을 임기 처음부터 퇴임하는 날까지 줄기차게 하였다. 정말 마치 경북대의 owner처럼 말이다. 이런 제왕적 총장 시스템을 불러온 원인은 정규 교수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의 비판적 사유의식 부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총장 간선제 파행을 보면서 ‘복수로서의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파행을 초래한 자들에 대한 단죄, 특히 왕의 남자를 색출하고 대가를 치르게 하는 조치 없이 영혼 없는 용서와 화합만을 차기 총장이 추구한다면, 오래지 않아 이번 사태보다 더 심각한 민주주의의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독재를 꿈꾸는 자들은 늘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코 힘없는 민주주의자를 봐주지 않는다.

정규 교수의 권력 독점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대학의 실질적 민주화는 요원하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은 대학에서 더 심각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미 한 번의 선거를 치루어 보았기 때문에 판세 파악은 다 되었으리라 본다. 다른 입장에 서서 지배블럭을 형성하려는 사람들 역시 분석을 끝냈을 것이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두고 더 나은 대학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내려놓고, 독자노선을 추구하기보다 합종연횡을 통해 블록을 형성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등의 가치는 연합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정규 교수 외의 대학 구성원을 최대한 끌어안아야 개혁의 동력이 생긴다. 경북대가 계속되는 갑질 패악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그동안 배제된 을을 포용하고 이들과 권력 및 자원을 나누면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대학의 장이다. 현재 기준으로 정규 교수들의 대표는 교수회 의장이고,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대표는 분회장이나 지회장이나 지부장이나 위원장이고, 학생의 대표는 학생회장이다. 대학의 장은 이 모든 구성원과 대학 관련 외부 단체를 아우르는 존재여야 한다. 그렇기에 후보자가 정규 교수의 한 분파로만 남거나 정규 교수를 위한 정책만 중점적으로 펴는 한 대학혁명은커녕 약간의 대학개혁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만일 조만간 있을 경북대 총장 후보자 선출이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된다면 필자는 그동안 약간이나마 두었던 관심조차 완전히 접을 것이다. 그리고 당선자를 기득권에 얽매인 정규 교수의 하수인이자 잠재적인 적으로 경계하면서 국가와 자본에 포섭된 대학의 지배세력에 맞서기 위해 차분히 전투를 준비할 것이다. 지금껏 3명의 경북대 총장과 싸워왔듯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교육부와 대통령이 경북대 총장 후보자 선거 이후 구성원의 총의를 뒤
집는 갑질 패악을 저지른다면 포문의 방향은 바로 청와대로 향하게 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도 말이다. 당장 바위를 깨뜨리지는 못해도 그 신성한 권위를 더럽힐 수는 있을 테니까.

아직 경북대에서 일어난 갑질 패악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살짝 얼은 강가에 사람들을 남겨 둔 채 누군가가 파열을 내고 강 건너에서 지켜보고 있다. 혼자만 살겠다고 쿵쾅거리며 뛰는 순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다. 누군가는 뒤로 물러서야 하고 서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아직 안전지대까지는 거리가 멀다. 빠른 시일 내에 선거를 치루어도 청와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참으로 피곤한 시절이다. 이 겨울은 대체 언제 끝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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