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회활동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스승의 날 기념 입장문>

 

스승의 날이 부끄럽다

 

 

우리 비정규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승의 날인 오늘을 부끄러워한다. 대학답지 못한 대학에서 스승의 자리에 끼어 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으로 강단에 선다.

 

최근 언론에서 다루는 대학 비리는 처참할 지경이다. 해적 학회에 관광 다니며 연구비를 낭비하고, 제자들이 만든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리고, 교비로 재산세를 내고, 법인카드로 단란주점을 가며, 학생 인건비를 빼돌리고, 채용 비리를 저지르고, 수감된 이사장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황금열쇠를 나눠갖는 등 온갖 비리가 쓰나미처럼 달려들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내부 감사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셀프 면죄부를 주는 기만에 불과했다. 사회적 물의가 빚어질 때면 내부적으로 검증한답시고 시일을 끌면서 관심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대학은 이익과 조직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온 것이다. 이제 몇 개 대학의 일부 감사만으로도 이만큼 다양한 비리가 드러났다. 모든 대학에 종합 감사를 실시한다면 어떤 비리가 또 얼마나 나올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었다. 대학 강의의 절반을 감당하며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를 감수하던 강사들의 처우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라는 개정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대규모 강사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행태를 보며, 대학의 근본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다. 강사 구조조정의 결과는 고등교육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데도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의 소임을 방기하는 것을 지켜보며, 대학의 도덕적 파탄을 짐작하고 있었다.

 

각종 비리에 뭉텅이 돈이 휩쓸려 들어가느라, 최우선 순위여야 할 연구와 교육에는 수전노처럼 푼돈조차 아끼게 된 대학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 한유총 사태의 사립 유치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임을 확인했을 것이다. 수박 한쪽을 수십명이 나눠먹는 유아들과, 적게 개설된 강좌를 듣기 위해 광클릭을 구사하고 수강권을 불법 거래한 뒤에도 낡은 기자재를 갖춘 콩나물강의실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학부생들은 탐욕의 희생자로서 동등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한유총 사태에 정부가 교육 공공성의 논리로 풀어나간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대학의 비리에도 교육 공공성의 논리로 개입해야 한다. 대학에도 공공의 세금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다. 재정지원사업이 공공의 세금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국가장학금이 결국 대학 예산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은 희미하게 알고 있다. 연구중심을 표방하는 대학에서 운용하는 산학협력단 예산의 상당 부분이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지출되는 공공의 세금이라는 사실은 거의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공공의 세금이 상당히 투입되고 있는데, 공공성의 논리가 개입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대학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를 대학은 자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감추어 왔다. 등록금 회계와 산학협력단 회계 및 재단 회계 등을 넘나드는 복잡한 회계 구조가 비리의 온상이 되어 왔다. 여기에 각종 비정규직 제도를 활용하고 복잡한 학과 제도를 만들어내어, 교육부조차 대학의 실상을 한 번에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의 자율성이 확보되었다. 이 자율성의 벽 안에서 대학들은 이익 추구와 조직 보호의 복마전을 구축해왔다.

 

대학은 개과천선할 의지도 없고, 강사법과 같은 아주 작은 개혁에서조차 수전노의 성깔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교육이 더이상 붕괴되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학에 대한 상시 종합감사 체제를 구축하고, 공공성을 저해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사업과 국가장학금, 연구재단 연구비 등 공공 세금 사업을 정책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강사 구조조정 대학부터 집중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 기능은 공동체 사회의 필수 기능이다. 대학은 공동체의 미래 비전과 현실 대처 능력을 제공받기 위한 기본 인프라 투자 대상인 것이다. 고등교육이 망가진다면 결국 대한민국도 망할 것이다. 우리 비정규교수는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의 공공성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다음에 맞이할 스승의 날에는 대학다운 대학에서 스승의 자리에 선 것을 자랑스러워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2019515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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